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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애자`를 보고



혼자 극장은 절대 못 가는 내가 극장에 혼자 가서 본 영화.

사실 친한 형이 동대문에 옷 사는데 같이 가겠냐고 했음에도,

내가 일하는 곳, 참 열심히 공부하는 동생분하고 같이 공부 하러 갈까,

소리꾼 김용우의 멋진 공연을 보러갈까,

휴일이여서 학원에 해금 연습하러 갈까,

이런 저런 경우에서 선택 했는데. 너무 좋았답니다.



이 장면에서 애자의 담임 선생님이 애자가 비오는 날에는 결석을 많이 한다고 하니까

엄마가 왜 그랬냐고 묻습니다.

애자는 " 바다에 시쓰러 갔다고 합니다.

이 대사를 보며 고교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고교 1~2학년 때는 한손에는 성경책을, 한손에는 시집을 들고 다녔고

장래희망에는 목사님과 시인이 써 있었던 그때.

그때는 모범생으로, 착하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일탈을 꿈꾸지도 않았으나,

제가 부산에 살았고 나쁘다기 보다 일찍 어른이 되고 싶어하고 그래서 일탈을 허용해 주는

환경이였다면 저도 비오는 날이면 바다에 시쓰러 가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이 사진은 영화 속에서 작가로 글을 애자의 방입니다.

이방은 저와 중 고교 시절, 그리고 지금까지 최고 절친인 제 친구 승상이의 방하고 비슷하다 못해

똑같습니다. 다만 승상이의 방이 더 책이 많다는 것.

참 신기한 것은. 함석현님의 시에 나오는 그런 친구임에도 올해 몇번을 만나지도 못했고

전화도 언제 했는지 모르겠네요.

아마 10월달안에 한번은 할 것 같네요.



절에 가면은 애자 엄마 영희의 엄마가 큰스님으로 계십니다.

처음에는 싸가지 없던 애자가 엄마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게 되자 두손을 모으고 숙연하고

슬프게 고개를 숙입니다.

그녀가 불교를 믿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녀도 그 순간.

엄마가 오래 사실 수 있게 되길 속으로 빌었습니다.



영화속에서 애자 엄마는 자신의 죽음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음을 알고는 애자가 선을 보고 결혼을 하는 것을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기대하고 조금의 뉴스라도 있으면 환하게 기뻐합니다.

자신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무능한 아들을 위해 항상 퍼주고 자신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슬픔보다

자식의 결혼이 마냥 행복한 엄마.

참 나쁘고 밉기도 합디다요.

여러분의 엄마는 얼마나 더 오래 사실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엄마도 그렇게 나쁜 엄마 아니시길.



혈당때문에, 합병증 때문에 음식을 조절해서 먹어야 하는데 애자는 엄마가 너무 먹고 싶어하는

회를 초고추장에 찍어서 맛있게 먹여 드리고 거기에 그 맛있는 소주도 한잔 드립니다.

엄마는 참 맛있으셨을 거예요.

엄마는 참 바보 같아요.

자식이 바보 일까요.

이 영화는 엄마에 대한 눈물 짜는 영화만은 아니예요.

엄마가 살아계신 동안 잘해 드리라고.

엄마가 살아계신 하루 하루가 사실 지루하고 심심한 하루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하던지 어떻게 시간을 보내든지 감사라는 단어를 깨닫게 하는 영화예요.

엄마가 돌아가시네요.

엄마가 돌아가실 때 그 임종을 한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도 좋을 것 같고

어디에 가든지 무엇을 하던지 엄마에게 부끄럽지 않고 장한 자식이 되도록

좋은 사람, 예의있고 매너있는 사람, 박수받는 자식이 되어 보아요.

엄마는 내일도 여러분들을 위해서, 때문에 구겨지고 , 사실 날은 하루 줄어 들게 되네요.

엄마한테 퉁명하게라도 엄마 밥먹었냐? 라고 라도 점심 때 전화 한번 합시다.

팔월의 크리스마스와 함께 제게 최고의 영화.

애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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