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여름속삭임


사별한 채 평생을 고지식하게 살아온 노교수(최종원)에게 책과 화분은 삶의 모든 것이다. 어느 날 노교수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면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책과 화분을 제자인 영조(이영은)와 동네꽃집청년인 윤수(하석진)에게 각각 부탁한다.

노교수의 집을 오가며 각자의 주어진 일에 충실하던 두 사람은 고양이 덩치 때문에 얼굴도 모른 채 티격태격하게 되고 점점 서로의 존재를 알아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서로에 대한 미묘한 감정이 찾아오는데….
싱그러운 청춘이라서 더욱, 영화속에 나오는 영조와 그 친구, 윤수까지 예뻤던 영화.
영화를 보기전에 두어개의 영화평을 보았을때 내용은 이미지에 비해 빈약하다는 글을 보았었지만,
사실 정말 아름다운 장면이 많이 나온다.

영화포스터의 활자만 보아도, 나는 가슴이 뛰었다.

예뻐서.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영조가 고양이 덩치를 끌어안고 동물병원에 가고 있는 모습이다.


꽃집에서 일하는 젊은 청년으로 일하는 윤수와 영화스텝으로 일하는 친구, 가운데 영화 조감독으로

나오는 가운데분(김형범님) 술이 취해서 노래를 부른다.

꽃집의 아가씨는 예뻐요가 아닌 꽃집의 남자는~~

술에 취해 부르는 노래지만 나는 그렇게 살며시 웃음이 나오고 예쁘게 들렸는지.

나도 한때 꽃집에서의 삶을 잠깐 생각했을 때가 있어서 였는지 모르겠다.


싱그러운 젊음의 시절, 저런 길을 수없이 걷는다 해도 시간은 많이 남아 있을 것이며,

순진하여도 참 행복한 시절이리라.

좁지만 너무 예쁜 여름의 길.


이 영화에 저렇게 여름비가 많이 나온다.

수채화처럼, 내가 비가 오는 날에 비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영화로 보는 것이라면 기분이 밝아진다.


내 사랑하는 친구, 승상이의 방과 같은 노교수의 거실의 책들.

그래서 오늘 나의 베프 승상이한테 작년 여름인가 이후에 정말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너무 좋았다.



이 영화에는 타자기가 나온다.

타자기로 편지쓰기.

참 예쁜 장난감 같아.

또 몇가지.

쪽지메모 편지 나누기.

사진관에서 친구와 사진찍기.

투게더 아이스크림 먹기.

잔잔하게 흔들리는 밤의 나무들.

윤수가 집에 와서 나무와 화초에 물을 주던 장면.

영조가 먹던 너무 푸르던 사과.참 맛있어 보였다.


처음에는 나에게 투캅스가 떠올라서 집중이 힘들었었지만 너무도 묵직한 연기를 보여준 최종원님.



영화의 두 주인공, 영조와 윤수.

두 인물 모두 나에게는 참 예뻤다.

영조는 시를 쓰고 나중에 시집도 내었고,

윤수는 꽃집에서 일했다.

그래서 인가봐.

영화는 잘 모르지만 나는 이런 영화가 좋다.

여름의 소나기도 예쁘게 느껴지고,

앙증맞고 예쁜 머그컵이 사고 싶어지는 영화라고 할까.